우리나라 조선소가 중국을 제치고 다시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른 이유는 LNG운반선 분야에서의 강점 때문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의 약 70%를 독점해 다시 한번 조선 강국의 위상을 찾았다.
LNG 운반선은 한척 당 2000억원을 넘는 선가로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비싼 가격 만큼 배를 만드는 기술도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LNG는 영하 163도 이하의 처조온 상태를 유지해야 액체상태로 운송이 가능하다. 액체 상태이면 기체 상태에 비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어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특수 제작된 화물창으로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이 있는데, 일본이 모스형이라면 우리나라는 멤브레인형이다. 멤브레인형이 LNG선의 대형화에 적합한 타입이라 현재 LNG선 대형화 추세에 우리나라가 LNG 운반선에서 세계 1위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멤브레인형 화물창은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GTT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선가의 5%를 로얄티로 지불한다. 척당 2000억원이 넘는 LNG 운반선의 가격에 따라 한척당 100억원의 로얄티가 지불되는 셈이다.
2022년 우리나라 조선소가 수주한 LNG운반선이 121척이니, 척당 100억원의 로얄티 지불을 계산하면 연간 지출되는 로열티가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선소는 이제 막 적자에서 탈출해 겨우 흑자를 달성하거나, 아직도 적자인 조선소가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로열티 비용이 너무나도 아쉬운 상황.
사실 GTT가 화물창의 기술 라이선스와 기술 지원을 함께 팔아 로열티를 책정했는데, 긍정적인 소식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GTT가 한국 조선사를 상대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LNG 운반을 위한 화물창 개발에 2004년부터 국책사업 지정하며 힘쓰고 있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다. 개발 난이도가 높아 기술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며, 설령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도 이미 GTT의 멤브레인형 화물창이 선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시장 개척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분야에서의 시공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나 설계가 부족한 것 같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수준을 벗어나 진정한 기술강국으로의 도약을 꿈 꿔본다.